고양이도 인간처럼 다양한 만성질환을 겪으며, 나이가 들수록 그 위험은 높아집니다. 특히 7세 이후부터는 ‘고령묘’로 분류되며, 이 시기부터는 면역력이 저하되고 각종 장기 기능이 점차 약화되기 시작합니다. 만성질환은 한 번 발병하면 완치보다는 관리가 중요한 질환이 대부분이며, 방치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상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만 잘 이루어진다면, 질환과 함께 오랜 시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고양이에게 자주 발생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만성 신부전, 당뇨병,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증상, 진단 방법, 치료 방향등을 알고 보호자로서 이들 질환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반려묘의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만성 신부전: 노령묘의 대표 질병
만성 신부전은 고양이에서 가장 흔하게 진단되는 만성질환 중 하나로, 특히 10세 이상 고령묘에서 그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신장은 체내 노폐물을 배출하고 전해질 균형을 조절하며, 적혈구 생성 호르몬을 분비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만성 신부전이 발생하면 이 기능들이 점차 저하되며, 결국 신장이 정상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증상은 보통 서서히 나타나며, 보호자가 눈치채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다갈다뇨(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로, 이후에는 식욕 저하, 체중 감소, 구토, 무기력 등 전신적인 증상으로 이어집니다. 병원에서는 혈액검사(BUN, 크레아티닌 수치), 소변검사, 신장 초음파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립니다.
치료는 질환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지며,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신장 전용 처방식, 정맥 또는 피하 수액 치료, 인 결합제, 혈압 조절약 등을 사용합니다. 상태가 심해지면 보호자가 집에서 주기적으로 수액을 놓는 훈련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또한 꾸준한 체중 체크, 혈액검사, 수분 섭취량 모니터링 등 세심한 관리가 필수입니다. 신부전은 초기 대응이 관건이므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당뇨병: 식이조절과 인슐린 관리
고양이 당뇨병은 인슐린 호르몬의 부족 또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질환으로, 중장년 이상의 고양이, 특히 비만 고양이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인슐린은 포도당을 세포 내로 전달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하는 역할을 하므로, 인슐린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고양이의 몸은 충분한 에너지를 얻지 못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지나치게 많은 물을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는 다갈다뇨, 체중 감소, 식욕 증가, 기력 저하, 구토, 탈수 등이 있습니다. 보호자가 일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변화가 많기 때문에, 빠르게 인지할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진단은 혈당 수치 확인, 요당 측정, 혈청 과당 수치 검사 등을 통해 이루어지며, 치료는 대부분 인슐린 주사와 식이요법으로 구성됩니다. 고양이 당뇨병의 핵심은 꾸준한 관리에 있습니다. 보호자는 인슐린 주사 방법을 배우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식사와 주사를 병행해야 합니다. 인슐린은 하루 1~2회 투여해야 하며, 저혈당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식사와 연동되어야 합니다.
식이조절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고단백·저탄수화물 중심의 처방 사료를 급여해야 하며, 간식이나 불규칙한 식사 습관은 병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일부 고양이는 체중 조절과 식이조절만으로도 인슐린 사용 없이 혈당을 안정시킬 수 있지만, 대부분은 지속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합니다.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완치에 가까운 회복도 기대할 수 있으며, 이는 보호자의 노력과 꾸준한 관심이 핵심입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 과잉 대사로 인한 이상 신호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고양이의 갑상선에서 과도한 갑상선 호르몬(T4)이 분비되어 신진대사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는 질환입니다. 주로 10세 이상 고령묘에서 많이 발생하며,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발병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 질환의 주요 증상은 매우 특징적입니다. 고양이가 과식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감소하고, 활동성이 지나치게 증가하며, 심박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고, 성격 변화나 과민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겉보기엔 활발하고 건강해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심장, 신장, 간 등 여러 장기가 과도한 대사로 인해 빠르게 손상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T4 수치를 측정하여 이루어지며, 경우에 따라 갑상선 초음파나 심장검사도 병행될 수 있습니다.
치료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항갑상선 약물(메티마졸)을 매일 복용하거나 겔 형태로 귀 안쪽 피부에 발라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로, 갑상선 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방식이며, 한 번의 시술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비용이 높고 일부 병원에서만 가능합니다. 세 번째는 외과적 수술을 통해 갑상선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각각의 방법은 고양이의 건강 상태, 나이, 병 진행 정도에 따라 선택되며, 수의사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질환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예후가 좋기 때문에, 정기검진과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고양이의 만성질환은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핵심입니다. 만성 신부전, 당뇨병,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각각 다른 양상과 치료 방식을 가지지만, 공통적으로 보호자의 정기적 관찰과 꾸준한 관심이 가장 큰 치료제입니다. 건강 이상 신호를 간과하지 않고 빠르게 대응하면 고양이는 질병과 함께 오랜 시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반려묘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곁에 머물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정기 검진과 예방 중심의 생활 관리에 힘써보세요.